하이퍼리퀴드는 성공할 수 있을까? (f. 젤리젤리 사태)

요즘 탈중앙화 거래소 DEX 생태계에서 가장 핫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바로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겠죠. 저도 개인적으로 하이퍼리퀴드를 꽤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토큰에 투자도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탈중앙화 거래소의 구조적 허점을 노린 공격들이 이어지면서, 하이퍼리퀴드 내부에서도 적잖은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젤리젤리 사태'로 불리는 사건이 하이퍼리퀴드 플랫폼의 신뢰를 크게 흔들었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젤리젤리 사태: 작고 귀여운 밈코인의 역습

'젤리젤리'라는 아주 작은 시가총액의 밈코인이 있습니다. 거래량도 작고, 이름도 귀엽고, 어찌 보면 별 주목을 못 받을 만한 코인이었죠. 그런데 이 코인이 하이퍼리퀴드의 선물 거래에 상장돼 있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어떤 고래 투자자가 이 젤리젤리 코인을 이용해서 하이퍼리퀴드의 HLP 볼트 시스템을 노린 공격을 감행한 건데요. 공격 방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먼저 이 고래는 젤리젤리 코인에 롱 포지션과 숏 포지션을 동시에 구축합니다.
2. 그리고 일부러 커뮤니티에 이 사실을 흘립니다. 하이퍼리퀴드는 탈중앙화 거래소라 누구나 대규모 포지션을 볼 수 있으니까요.
3. 사람들 사이에 '누군가 젤리젤리를 대량 숏 쳤다!'라는 정보가 퍼지자, 투기적인 심리로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4. 결국 이 고래의 숏 포지션은 청산당하게 되고, 사실 이 고래는 롱 포지션에 집중한 상태였기 때문에 반사이익을 얻게 된 것입니다.

즉, 가격 조작 유도 → 타인의 심리 이용 → 숏 청산 유도 → 본인의 롱 수익 극대화라는 흐름이었죠.

하이퍼리퀴드가 큰 손실을 입은 이유

하이퍼리퀴드는 청산 시스템이 조금 독특합니다. 기본적으로 유동성을 일반 사용자로부터 끌어와서 HLP라는 풀에 모은 뒤, 포지션이 청산될 경우 이 HLP 볼트가 포지션을 인수합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포지션을 정리하면서 손익을 조절하죠.

그런데 젤리젤리처럼 시장 규모가 작은 코인의 경우 문제가 생깁니다.

• 숏 포지션 규모가 너무 커졌고,
• 그 이후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버린 겁니다.

결국, 하이퍼리퀴드는 예상치 못한 규모의 손실을 떠안게 되었고, 이 손실은 결국 사용자들의 유동성 풀, 즉 HLP 볼트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 셈입니다.

탈중앙화 거래소의 이상과 현실

이 사건은 단순한 기술적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완전한 탈중앙화’라는 명분이 실제 공격 상황에서는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거든요.

결국 하이퍼리퀴드 팀은 시스템과 시장에 직접 개입했습니다.

• 젤리젤리 관련 선물 거래를 상장폐지하고,
• 가격 오류에 따른 포지션 손실을 롤백하며,
• 일부 계정에 대해 거래 중단 및 조치까지 취했습니다.

사실 이건 중앙화 거래소에서나 가능한 강력한 조치였죠. 실은 중앙화 거래소도 하기 힘든 조치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긴 합니다만..

여튼, 이러한 이런 대응은 "하이퍼리퀴드는 탈중앙화 아니야?"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행동이었습니다.

하이퍼리퀴드, 앞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이번 사건은 하이퍼리퀴드가 꿈꾸던 완전한 코드 기반 탈중앙화 거래소 모델에 대한 신뢰에 큰 균열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완벽한 코드로 작동하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이상은 멋지지만, 실제로는 시스템적 결합, 시장의 비효율성, 저시총 코인의 유동성 문제 등을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죠.

하이퍼리퀴드는 여전히 강력한 기술력과 커뮤니티 기반을 갖춘 프로젝트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스템 설계의 한계가 드러났고, 탈중앙화라는 가치가 실제 상황에서는 완벽하기란 어려우며, ‘사람 없이 작동하는 시장’은 아직 먼 미래일 수 있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하이퍼리퀴드가 이 사건을 어떻게 수습하고, 어떤 방향으로 개선을 해나갈지가 향후 프로젝트의 성공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거 같습니다.